
디스크립션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폭풍우』는 복수와 파멸로 귀결되던 기존 비극들과 달리, 용서를 통해 인간이 다시 회복되고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희곡이다. 박우수 번역으로 소개된 이 작품은 셰익스피어 후기 세계관이 집약된 결과물로 평가되며, 복수를 포기하는 선택이 어떻게 인간을 자유롭게 만드는지를 깊이 있게 탐구한다. 『폭풍우』는 고전 희곡이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복수 포기를 선택하는 인간, 『폭풍우』의 핵심 전환점
『폭풍우』의 서사는 복수를 실행할 수 있는 완벽한 조건에서 출발한다. 주인공 프로스페로는 과거 자신의 지위를 빼앗고 추방시킨 이들을 마법의 힘으로 통제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그는 폭풍을 일으켜 적들을 섬으로 끌어들이고, 모든 상황을 자신이 설계한 대로 움직이게 만든다. 이 지점까지의 서사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구조를 따른다.
그러나 『폭풍우』의 진정한 핵심은 복수를 실행하는 장면이 아니라, 그 복수를 포기하는 선택에 있다. 프로스페로는 분노와 원한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차 그 감정이 자신을 옥죄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복수를 통해 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지만, 동시에 그것이 자신의 삶을 과거에 묶어두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셰익스피어는 복수를 단순히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수가 얼마나 인간적인 감정인지, 그리고 얼마나 쉽게 정당화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묘사한다. 그렇기 때문에 복수 포기의 선택은 더욱 극적으로 다가온다. 프로스페로의 결정은 도덕적 우월감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복수가 자신을 회복시키지 못한다는 깨달음에서 나온다. 이 지점에서 『폭풍우』는 복수극이 아닌, 인간 선택의 드라마로 전환된다.
용서를 통해 이루어지는 인간 회복의 과정
『폭풍우』에서 용서는 상대를 위한 행위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회복시키는 과정으로 그려진다. 프로스페로는 오랜 시간 분노와 복수심을 품고 살아왔지만, 그 감정은 그를 강하게 만들기보다는 고립시키고 멈춰 세운다. 그는 마법이라는 절대적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피해자 상태에 머물러 있다.
용서를 선택하는 순간, 프로스페로의 위치는 바뀐다. 그는 더 이상 과거에 의해 정의되는 인물이 아니라, 현재를 선택하는 인간이 된다. 『폭풍우』는 이 변화를 극적인 선언이 아니라, 점진적인 인식의 변화로 보여준다. 인간 회복은 단번에 이루어지는 사건이 아니라, 감정을 내려놓는 과정임을 작품은 분명히 드러낸다.
중요한 점은 용서가 모든 상처를 지워주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폭풍우』는 잘못이 사라졌다고 말하지 않으며, 고통이 없었던 일처럼 취급하지도 않는다. 다만 용서를 통해 인간은 증오에 의해 움직이지 않는 상태로 나아간다. 셰익스피어는 이 지점을 이상화하지 않고, 현실적인 인간 회복의 모습으로 제시한다. 그 결과 『폭풍우』는 도덕극이 아니라, 인간 심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으로 완성된다.
구원으로 귀결되는 『폭풍우』의 결말 의미
『폭풍우』의 결말은 셰익스피어 작품 중에서도 특별한 위치를 차지한다. 많은 비극들이 죽음과 파멸로 끝나는 반면, 이 작품은 화해와 귀환이라는 선택으로 마무리된다. 이 결말은 단순한 행복한 마무리가 아니라, 복수 포기와 인간 회복이 만들어낸 구원의 결과다.
『폭풍우』에서 구원은 신적 개입이나 기적에 의해 주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인간 스스로의 결단을 통해 이루어진다. 프로스페로가 마법을 내려놓는 장면은 권력과 통제를 포기하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이는 타인을 지배하려는 욕망에서 벗어나, 인간으로 돌아오는 행위이며, 동시에 자기 자신을 구원하는 선택이다.
박우수 번역은 이러한 결말의 정서를 안정적으로 전달한다. 고전 희곡 특유의 상징성과 깊이를 유지하면서도, 독자가 결말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 결과 『폭풍우』는 인간이 어떻게 증오를 넘어설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선택이 어떤 구원으로 이어지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작품으로 완성된다.
결론
『폭풍우』는 복수를 포기하는 선택을 통해 인간이 회복되고 구원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셰익스피어는 이 희곡에서 분노와 상처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그 감정에 머무르지 않는 길을 제시한다. 비극 이후에 도달한 성찰의 결정체로서 『폭풍우』는 지금 읽어도 여전히 깊은 울림을 주는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