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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스트 (감염병, 인간연대, 의미)

by memobyno 2026. 1. 13.

페스트 북커버 이미지
북커버 이미지

 

 

디스크립션

페스트는 알베르 까뮈가 감염병이라는 극한 상황을 통해 인간의 태도와 윤리를 탐구한 작품이다. 알제리 오랑 시에 퍼진 페스트는 단순한 질병이 아니라 부조리한 세계 그 자체를 상징하며, 박시운 번역은 까뮈 특유의 절제된 문체와 철학적 질문을 오늘의 독자에게 명확하게 전달한다.

감염병이라는 재난이 드러내는 인간의 본모습

페스트는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한 감염병으로 도시 전체가 봉쇄되면서 시작된다. 처음에는 쥐의 떼죽음이라는 사소한 징후로 나타나지만, 곧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재난으로 확산된다. 이 과정에서 까뮈는 감염병 자체보다, 그 상황에 반응하는 인간들의 태도에 주목한다. 사람들은 처음엔 현실을 부정하고, 곧 두려움에 빠지며, 시간이 흐르자 체념과 무관심 속으로 스며든다. 이 단계적 반응은 재난 앞에서 반복되는 인간의 보편적인 모습이다.

감염병은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다가오는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삶의 태도와 가치관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누군가는 이익을 취하려 하고, 누군가는 도망칠 기회를 찾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수행한다. 까뮈는 이 차이를 통해 인간이 위기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 존재인지를 보여준다. 페스트는 불합리하게 찾아오며, 이유도 설명도 없다. 바로 이 점에서 페스트는 까뮈가 말하는 부조리의 상징이 된다.

중요한 것은 재난이 왜 발생했는지가 아니라, 그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행동하는가이다. 페스트는 감염병이라는 소재를 통해 인간의 이기심과 연대, 공포와 책임을 동시에 드러내며, 위기가 인간성을 시험하는 거울이라는 사실을 강하게 인식시킨다.

절망 속에서도 선택되는 인간 연대의 가치

페스트의 중심에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도 연대를 선택하는 인물들이 있다. 의사 리외는 영웅적인 인물이 아니다. 그는 세상을 구원할 수 있다는 믿음도 없고, 자신의 행동이 의미 있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확신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환자를 치료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것이 자신의 일이며, 인간으로서 해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까뮈는 이 작품을 통해 거창한 이상이나 종교적 구원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매일 반복되는 고통 속에서도 타인을 외면하지 않는 태도를 강조한다. 연대는 감정적인 동정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는 윤리다. 리외와 타루, 그랑 같은 인물들은 승리를 확신하지 않으면서도 끝까지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이 모습은 인간이 부조리한 세계에서 취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태도를 상징한다.

연대는 결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페스트는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으며, 완전한 종식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까뮈는 연대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의미가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중요해진다. 페스트는 희망이 없어서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희망이 없어도 행동하는 것이 인간다움임을 보여준다. 이는 위기와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도 깊은 울림을 준다.

박시운 번역으로 읽는 까뮈의 윤리적 질문

페스트는 철학적 사유와 서사가 밀접하게 결합된 작품이기 때문에 번역의 정확성과 문체의 균형이 매우 중요하다. 박시운 번역은 까뮈 특유의 담담하고 절제된 문장을 비교적 충실하게 살려내며, 감정 과잉 없이도 깊은 사유를 전달한다. 문장은 차분하지만 차갑지 않고, 이성적이지만 인간적이다.

특히 박시운 번역본은 까뮈의 윤리적 질문을 명확하게 드러낸다. 인간은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선택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라는 질문이 독자의 사고를 자연스럽게 이끈다. 어려운 철학 용어를 과도하게 강조하지 않고, 서사의 흐름 속에서 사유가 드러나도록 구성된 점이 이 번역의 장점이다.

이 번역을 통해 페스트는 특정 시대의 감염병 소설이 아니라, 반복되는 위기 속에서 인간이 지켜야 할 태도에 대한 보편적 질문으로 읽힌다. 박시운 번역은 까뮈의 사상을 오늘의 언어로 전달하며, 독자가 작품 속 질문을 자신의 삶과 연결해 생각하도록 돕는다.

결론

페스트는 감염병이라는 재난을 통해 인간의 연대와 책임, 그리고 삶의 의미를 묻는 작품이다. 까뮈는 부조리한 세계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다고 말한다. 박시운 번역으로 읽는 페스트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윤리적 기준을 제시하는 고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