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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의외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인간이 얼마나 자주 실수하고 오류를 범하는 존재인가에 대한 통념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인문·심리 도서다. 저자 최갑수는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통해 인간의 판단이 생각보다 안정적이며, 사회가 만들어낸 ‘실수 서사’가 우리 인식을 왜곡해 왔음을 설명한다. 이 책은 인간 이해의 방향을 바꾸는 통찰을 제공한다.
인간은 정말 오류투성이 존재인가
우리는 흔히 인간을 감정에 휘둘리고, 비합리적이며, 끊임없이 잘못된 선택을 반복하는 존재로 인식한다. 심리학 대중서나 자기계발서에서도 ‘인간은 실수한다’는 전제가 자연스럽게 깔려 있다. 하지만 최갑수의 『우리는 의외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이러한 통념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은 정말 그렇게 많은 잘못을 저지르고 있을까, 아니면 우리가 그렇게 믿도록 학습된 것은 아닐까 하는 문제의식이다.
저자는 인간의 판단 오류가 과도하게 부각된 이유를 사회적 맥락에서 설명한다. 미디어는 극단적인 실패 사례를 반복적으로 노출하고, 학문 역시 오류를 발견하는 데 집중해 왔다. 그 결과 우리는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수많은 일상적 판단보다 드물게 발생하는 실패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러나 실제 삶을 들여다보면, 인간은 매일 수백 가지 선택을 하면서도 큰 문제 없이 일상을 유지한다. 이는 인간의 인지 체계가 생각보다 훨씬 안정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다.
이 책은 ‘오류’라는 개념을 다시 정의한다. 잘못된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반드시 판단 자체가 틀렸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환경적 변수, 정보의 한계, 사후 해석이 판단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저자는 인간을 비난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판단이 이루어지는 조건과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관점은 인간을 보다 입체적이고 현실적인 존재로 바라보게 만든다.
심리학이 만들어낸 판단 오류의 이미지
현대 심리학은 인간의 비합리성을 밝히는 데 큰 역할을 해왔다. 대표적인 인지 편향 이론이나 휴리스틱 개념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하지만 최갑수는 이러한 연구들이 실제 인간의 삶을 얼마나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실험실 환경에서 도출된 결과가 현실 세계의 복잡한 상황과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책에서는 심리 실험의 구조적 한계를 짚는다. 제한된 정보, 인위적으로 설계된 선택지, 짧은 시간 압박 속에서 이루어진 판단은 실제 삶의 의사결정과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인간은 비합리적이다’라는 결론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인간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굳어졌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것이 학문적 성과의 문제라기보다, 해석과 전달 과정에서 생긴 왜곡이라고 설명한다.
또한 판단 오류가 강조될수록 개인은 자신의 선택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이는 오히려 불안과 의존성을 키우는 결과로 이어진다. 전문가의 조언, 알고리즘 추천, 사회적 기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면서 개인의 경험과 직관은 평가절하된다. 최갑수는 인간의 판단이 항상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가치하거나 위험한 수준도 아니라고 말한다. 이 균형 잡힌 시각이 이 책의 핵심 메시지 중 하나다.
우리가 의외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 이유
그렇다면 왜 인간은 생각보다 잘못을 덜 저지르는 것일까. 저자는 그 이유를 인간이 축적해 온 경험과 사회적 학습에서 찾는다.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환경에 적응해 왔고, 그 과정에서 효과적인 판단 전략을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이러한 전략은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며, 대부분의 일상 상황에서 충분히 유효하다.
책에서는 ‘평균적인 삶’에 주목한다. 극적인 실패 사례가 아닌, 평범한 사람들이 어떻게 직장 생활을 유지하고, 인간관계를 관리하며, 경제적 결정을 내리는지를 살펴본다. 그 결과 대다수의 사람들은 큰 사고 없이 삶을 영위하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판단 능력이 기본적으로 신뢰할 만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실수는 존재하지만, 그것이 삶 전체를 규정할 정도로 빈번하지는 않다.
최갑수는 또한 사회 시스템의 역할을 강조한다. 법, 관습, 조직 문화 등은 개인의 판단을 보완하고 안정화시키는 장치로 작동한다. 우리는 혼자서 모든 결정을 책임지는 존재가 아니라, 구조 속에서 선택을 분산시키는 존재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고 개인의 판단 오류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을 지나치게 단순화하는 접근이다. 결국 인간은 불완전하지만, 동시에 매우 잘 적응해 온 존재라는 것이 이 책의 결론이다.
결론
『우리는 의외로 잘못을 저지르지 않는다』는 인간을 바라보는 시선을 비관에서 신뢰로 전환시키는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는 자신의 판단을 무조건 의심하기보다, 그것이 형성된 맥락을 이해하게 된다. 인간은 생각보다 잘 작동하는 존재이며, 이 사실을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삶을 대하는 태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스스로를 지나치게 불신해 왔다면, 이 책은 충분히 읽어볼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