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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 (기억, 마음, 관계)

by memobyno 2025. 12. 28.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 북커버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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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크립션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윤병옥 저자가 일상 속에서 조용히 사라져 가는 사람, 장소, 감정, 그리고 시간에 대해 기록한 한국 에세이다. 이 책은 상실을 애써 극복하거나 잊으려 하기보다, 사라짐 자체를 존중하는 태도가 왜 필요한지를 묻는다.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놓치기 쉬운 기억과 마음을 다시 바라보게 하며, 사라지는 것들과 맺는 관계가 곧 삶을 대하는 자세임을 담담하게 전한다.

사라짐을 마주하는 우리의 일상과 감정

우리는 매일 무언가를 잃어가며 살아간다. 익숙했던 동네의 골목이 재개발로 사라지고, 자주 가던 가게의 불이 어느 날 꺼진 채 다시 켜지지 않으며, 늘 곁에 있을 것 같던 관계도 서서히 멀어진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이러한 일상의 사라짐을 거창한 사건이 아닌, 누구에게나 반복되는 삶의 풍경으로 그려낸다. 저자는 사라짐 앞에서 우리가 느끼는 허전함과 아쉬움을 외면하지 않고, 그 감정 자체를 정직하게 바라본다.

많은 사람들은 사라지는 것에 마음을 두는 일을 미련이나 집착으로 오해한다.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아무 감정도 느끼지 않는 태도가 더 큰 상실일 수 있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기억하고 아쉬워한다는 것은, 그 대상이 나의 삶에 의미 있는 자리를 차지했음을 인정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윤병옥은 사라짐을 애써 미화하지도, 비극적으로만 묘사하지도 않는다. 대신, 사라짐 앞에서 느끼는 복합적인 감정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 조용히 설명한다.

특히 이 에세이는 사라지는 순간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주목한다. 바쁘다는 이유로, 다음을 향해 가야 한다는 이유로 충분히 슬퍼하지 못한 기억들이 마음속에 남아 있지는 않은지 묻는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감정을 빠르게 정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며, 사라짐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시간이 필요함을 이야기한다. 이 과정은 과거에 머무르기 위함이 아니라, 지금의 나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한 시간이다.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와 마음의 태도

이 책에서 말하는 예의는 거창한 행동이나 특별한 의식이 아니다. 그것은 기억하려는 마음, 그리고 함부로 잊지 않으려는 태도에 가깝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기억이 단순한 과거 회상이 아니라, 현재의 나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한다. 우리가 누구를 기억하고, 어떤 순간을 마음에 남기는지는 곧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보여준다.

저자는 기억이 반드시 선명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흐릿해진 기억, 부분적으로만 남은 장면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사라진 사람과의 관계, 더 이상 돌아갈 수 없는 시간, 다시 만날 수 없는 공간에 대해 그때 그런 것이 있었지라고 마음속으로 불러보는 행위 자체가 예의라는 것이다.

또한 이 책은 기억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가 현재의 인간관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사라진 것들을 존중하는 사람은 지금 곁에 있는 것들 또한 쉽게 대하지 않는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가 삶을 더 느리게, 더 깊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빠르게 소비하고 잊히는 시대 속에서, 기억하려는 마음은 가장 인간적인 저항일 수 있다.

관계와 시간, 그리고 사라짐을 존중하는 법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관계의 끝을 대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든 관계가 오래 지속되지는 않으며, 끝났다고 해서 그 관계가 실패였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저자는 함께했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존재한다고 말하며, 관계의 종료 또한 하나의 완성된 과정으로 바라본다.

시간 역시 이 책에서 중요한 주제다.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결국 사라지게 만든다. 하지만 윤병옥은 시간의 흐름을 냉정한 소멸로만 보지 않는다. 시간이 지나며 사라진 것들 덕분에 새로운 것들이 들어올 자리가 생기고, 삶은 다른 형태로 이어진다. 중요한 것은 그 과정에서 지나온 시간을 무심히 통과하지 않는 태도다.

이 에세이는 사라짐을 존중하는 법이 곧 현재를 더 충실히 사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언젠가 사라질 것을 알기에 지금의 순간을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된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관계와 시간 앞에서 조급해지지 말고, 충분히 머물다 보내주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이별을 미화하기 위함이 아니라, 삶을 더 정직하게 살아가기 위한 자세다.

결론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예의는 사라짐을 슬퍼하면서도 존중하는 태도가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에세이다. 기억하고, 마음에 남기고, 함부로 잊지 않으려는 노력은 과거에 머무는 일이 아니라 현재를 더 깊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변화와 상실 앞에서 마음이 흔들린다면, 이 책은 사라지는 것들과 작별하는 법을 조용히 가르쳐 줄 것이다.